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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1,000)/한국여행 (경북)

겨울에도 아름다운 풍광을 간직한 거창의 수승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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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지나가고 봄을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 봄풍경이 상상되곤 합니다. 겨울이지만 겨울같지 않은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거창의 대표적인 여행지가 수승대입니다.

 

수송을 수승이라 새롭게 이름하노니 (搜勝名新換)
봄을 만난 경치 더욱 아름답구나 (逢春景益佳)
먼 산의 꽃들은 방긋거리고 (遠林花欲動)
응달진 골짜기에 잔설이 보이누나 (陰壑雪猶埋)
나의 눈 수승대로 자꾸만 쏠려 (未寓搜尋眼)
수승을 그리는 마음 더욱 간절하다 (惟增想像懷)
언젠가 한 동이 술을 가지고 (他年一樽酒)
수승의 절경을 만끽하리라 (巨筆寫雲崖)

퇴계 이황의 시인데 봄을 만난 경치를 말했지만 겨울이 더 좋아 보이는 거창 수승대로 떠나봅니다. 

 

사시사철 푸른 나무들만이 푸르름을 보이고 있는 이곳은 거창 수승대의 입구입니다. 주차공간이 넉넉한 곳이어서 언제든지 방문해도 좋은 곳입니다. 

가난한 것과 무언가를 넘칠 정도로 가지고 싶다는 것은 정반대의 의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빈(貧)은 가난하다는 의미로 주로 사용이 되고 탐(貪)은 주로 욕심이 많다는 의미로 사용이 됩니다. 사욕을 버리고 재물(貝패)을 가난한 이들과 나누는(分분) 삶을 청빈(淸貧)이라 하며 지금(今금)이나 재물(貝패)만 좇는 탐욕스러운 글자인 貪(탐할 탐)의 삶을 탐욕(慾貪)스럽다고 합니다. 

모든 것은 마음 기울기에 달려 있다고 합니다. 큰 차이 같지만 그렇지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없는 것이 풍요로운 것이 되고 탐해도 전혀 과해 보이지 않기도 합니다. 자연을 보고 탐하고 풍경을 찾아다니는 것은 넘쳐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물이 바닥 보일만큼 투명한 곳인 수승대는 명승의 요소를 두루 다 갖추고 있습니다. 입구에서 볼 수 있는 옛 건물과 당대의 학자 퇴계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곳이 얼마나 좋았으면 거창 신씨와 은진 임씨가 수승대를 가문의 뿌리로 삼고자 했다고 합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 것들을 단지 눈으로 보는 것은 얼마든지 허용이 됩니다. 그게 풍경이 가진 풍요로움이다. 먹고 마시는 것이 몸에 충분할 정도라면 거창의 수승대는 너무 만족감을 주는 곳입니다. 저 앞에 자리한 요수정은 1542년 구연재와 남쪽의 척수대 사이에 처음 건립되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고 중건한 뒤 다시 수해를 입어 1805년 현 위치로 이건한 것이라고 합니다. 

살짝 얼음이 얼어 있는 거창에  있는 수승대는 영남 최고의 동천(경치 좋은 곳)으로 이름나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 오니 왜 선비나 시인묵객들이 이곳을 찾아왔는지 알 수가 있습니다. 

높이 10m, 면적 15평(50㎡)의 수승대 바위에 새긴 이름만 250개가 넘는 것을 보면 이곳에 그렇게 이름을 남기고 싶어했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느껴볼 수가 있습니다. 수승대 앞 너럭바위에는 연반석(硯磐石)과 세필짐(洗筆㴨)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연반석이란 거북이가 입을 벌린 모양의 장주암(藏酒岩)에 앉은 스승 앞에서 제자들이 벼루를 갈던 바위란 뜻이고, 세필짐은 수업을 마친 제자들이 졸졸 흐르는 물에 붓을 씻던 자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멀리 걸어가기 위해서는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청빈해야 하며 아름다운 것을 보기 위해서는 욕심을 가져 탐할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벼슬보다는 학문에 뜻을 둔 학자로 향리에 은거하며 소요 자족했던 요수 신권(愼權, 1501~1573)이 제자들에게 강학을 하던 요수정(樂水亭)을 지나면 거창 수승대의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는 거북바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수승대 바위에 가장 많이 새겨진 이름이 거창 신씨라고 합니다. 신권은 조선 중종 때 거북바위를 암구대(巖龜臺)라 이름 짓고 주변에 정자 요수정과 서당 구연재를 지어 자연을 벗하며 제자를 길렀다고 합니다. 


요수정을 지나서 내려오면 거북바위가 나오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 바위에서 사진을 한 장이라도 찍으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거북바위의 주변에 있는 바위의 폭 파인 구멍에는 물이 담겨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물이 흐르다 구덩이를 만나면 이를 다 채운 다음에야 비로소 앞으로 흘러간다(流水之爲物也 不盈科不行)는 군자의 학문을 의미합니다. 웅덩이를 채우는 물과 같아서 한 웅덩이를 가득 채운 후 비로소 그다음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학문의 방법을 담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수정같이 맑은 물이 굽이쳐 흐르고, 뒤로는 솔숲 사이로 불어오는 솔바람이 어우러지는 이곳에서 따뜻한 햇살을 느껴보는 것만으로 삶의 원리를 깨닫게 됩니다. 물을 보는 데도 방법이 있따고 합니다. 관수라고 하는 것은 물을 본다는 뜻으로 맹자가 봐야 한다고 하는 물의 덕목은 자연의 원리이며 삶의 이치이기도 합니다. 


탁주가 이렇게 어울리는 곳이 있을까요. 장주갑(藏酒岬)에는 막걸리 한 말이 들어가는데 일정한 때에 시험을 보아 합격한 제자들만이 장주갑에 부어놓은 막걸리를 마실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곳에 이름을 남긴 신권이라는 사람은 요수라는 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요수는 논어에서 나온 말로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知者樂水 仁者樂山)라는 의미입니다. 사실 물과 산을 모두 좋아해도 좋습니다. 지혜롭고 어질기까지 한다면 얼마나 욕심이 많은가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그런 욕심은 많아도 좋다고 합니다. 청룡의 해에 맑은 물이 끝없이 흘러내려오고 있는 수승대의 겨울 모습이 절경이었습니다. 괴산의 화양구곡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수승대입니다. 역시 많은 것을 볼수록 더 많이 느끼고 싶어 집니다. 2월에 시간이 되신다면 거창의 절경이 담겨 있는 수승대를 꼭 방문해보세요. 

 

이 글은 경상남도 명예기자단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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