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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요 (1,000)/한국여행(충청)

작지만 강한 여운 '잠자리가 놀다간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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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의 트렌드중에 하나로 골목길 재생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옛날에 형성된 주택가들은 보면 자연적으로 형성된 경우가 많아서 골목길이 좁고 꼬불꼬불 연결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전 개발방식으로 보면 싹 밀어벌이고 반듯하게 구획을 정해서 개발하는것이 당연한 것처럼 생각되겠지만 요즘에는 그 형태를 그대로 두고 다시 살리려는 노력이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왜 일까요? 주차하기도 불편하고 도로를 가다가 반대편에서 사람과 마주치면 살짝 몸을 틀어야 하는 경우도 생기는데요. 


그 답은 응답하라 1988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추억, 삶, 가치가 그 어떤 금전적인 것보다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공주의 중동 농협 뒷골목에 도심 골목길 재생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는데요.

그 골목길에서 나오자 마자 이렇게 걷기 좋은 하천길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서울 청계천을 여러번 가본 적이 있지만 그곳은 인공적인 냄새가 너무 많이 나는 반면에 이곳은 자연스런 느낌이 좋습니다. 그런데 이곳은 주차하기가 매우 불편하니 멀리 세워놓고 와야 할 경우가 생길수도 있습니다. 



무언가 분위기가 운치있어 보입니다. 스산한 겨울바람이 옷깃 사이로 스며들어오고 있는데 이곳은 따뜻한 느낌이 묻어나옵니다. 길가에 눈이 아주 조금 녹지 않아서 더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골목길 재생 프로젝트의 이름은 "잠자리가 놀다간 골목"입니다. 

이 프로젝트의 실행 구간은 제민천과 구도심 신작로로 연결되는 골목으로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곳에는 공주도립병원, 공주사범대학, 공주우체국, 공주문화원, 법원, 호서극장, 중동국민학교로 통하는 주요 요충지였지만 지금은 새도로가 개설되면서 이곳을 걷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졌다고 합니다. 게다가 골목길 안쪽이 음침해지는 바람에 아이들의 일탈장소로 악용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지금의 낙서는 골목길 재생 프로젝트를 하면서 씌여진 것이지만 예전에는 개구장이 아이들이 담벼락에 실제로 낙서를 하기도 했습니다. 해외에서는 멋지게 낙서를 해서 작품처럼 만든 것을 그래비티라고 부르지만 한국에 그런것이 있었나요. 그냥 낙서였죠. 그런데 이곳에서 놀던 아이들은 모두 50~60년대의 희끗희끗한 머리를 가진 나이가 되었지만 옛날의 그 추억은 가지고 있을겁니다. 그때의 정과 낭만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루치아의 찻집도 보입니다. 인테리어가 그럴듯하지는 않아도 정감있으면 더 좋은 것 아니겠어요. 



'루치아'는 이곳의 집주인인 석미경씨의 세례명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한 명씩 한 명씩 떠나간 이곳에 왜 이런 찻집을 오픈했을까요.

낡은 철문과 그냥 소박해보이기만 한 뜰이 있고 조금만 있으면 쓰러질 것 같은 집을 사들여서 찻집을 오픈했다고 합니다. 문화가 있고 삶이 있으며 차가 있는 소박한 찻집입니다. 




담쟁이 덩굴이 있고 어설픈 이야기가 담벼락에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스산하다는 생각은 안드네요. 



골목 끝에 저곳으로 나가면 다시 공주의 현대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머물르고 싶은 것은 왜일까요. 



시간이 가고 날이 어둑해지니 루치아의 뜰이라는 찻집이 더 이뻐보이는데요. 고택은 아니지만 고택의 냄새를 가졌으며 모든 것이 오픈된 것 같지만 살짝 가리고 있는 것이 순박한 여인네 같다고 할라나요. 



음식점 하나도 평범하지 않습니다. 

안에 들어와보니 정원이 아기자기하게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식사를 하고 조용하게 사색에 잠기며 걸어볼만합니다. 



이 소박한 연못은 무엇인가요. 작아서 더 좋아 보이네요. 




한끼의 식사와 정이 있는 그런 공간을 걸어보고 난다음에 다시 제민천을 걸어봅니다. 

불편한 것은 나쁜 것이라는 이미지가 오랫동안 한국인의 머리속에 남아 있었는데요. 이런 공간을 보니 불편한 것도 우리 삶의 한 부분이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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