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를 돌아다니다가보면 사찰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져서 흔적만이 남아 있는 사지가 적지 않다. 백제의 옛수도여서 그런지 몰라도 사찰을 많이 건립되었다. 대표적인 사지로는 동혈사지, 남혈사지, 서혈사지가 있고 국도의 안쪽에 위치해 있어서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에 수원사지가 있다. 수원사지는 공주외곽에서 넘어오는 공주터널에서 빠져나오자마자 우측에 위치하고 있다. 한적한 곳이어서 그런지 각종 중장비차량과 건설장비를 실은 차량들이 이곳에 주차되어 있었다.
수원사지는 공주 월성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데 공주시의 진산으로 조선시대에는 서울과 남부를 연결하는 봉수대가 놓였던 곳이다. 삼남 지방에서 서울로 통신하기 위해 이곳을 거쳐야할만큼 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월성산은 수원골, 사당골, 참새골 등 작은 골짜기가 많이 있고 수원골이 있는 곳에 수원사가 자리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2003년 이 산에서 보루나 망루의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희귀한 형태의 백제토성이 발견되었다.
지금은 탑의 기단부분의 일부만 남아 있지만 수원사지에는 신라와 관련된 설화가 내려온다. 신라 제24대 진흥왕은 법흥왕의 뜻을 이어 불교를 받들어 널리 절을 세우고 사람들이 중이 되도록 독려했다. 그리고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명문가의 남자 중에서 덕행이 있는 자를 뽑아 화랑이라고 했다. 그리고 국선을 뽑아 화랑국선이라고 칭했다. 진지왕대에서는 홍륜사의 중이었던 진자가 미륵상 앞에 나가 발원을 정성스럽게 기원했다. 어느날 꿈 속에서 한 중이 나타나 진자에게 말하길 "네가 웅천 수원사에 가면 미륵선화를 볼 수 있을 것이다."며 그곳으로 가길 권했다. 웅천은 지금의 공주를 말하는 옛 지명이다.
진자는 꿈속에 알려준 웅천의 수원사로 향했다. 수원사의 입구에서는 그 생김새가 고상하면서 우아한 남자가 진자를 맞이했다. 객실로 안내한 남자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그곳에서 미륵선화를 찾으려고 하는 진자에게 중들은 남쪽의 천산에 가면 현인이나 철인들이 살고 있으니 가보면 어떻겠는가라고 권한다. 천산에 이르자 산신령이 노인으로 변해 진자를 맞으며 "여기에 무엇을 하러 왔는가?"며 묻는다. 이에 미륵선화를 보고자 한다고 하자 이미 수원사 문앞에서 그를 만나지 않았냐고 반문한다. 진자는 다시 돌아가 그 남자를 찾아 왕에게 데리고 갔다. 왕은 그를 국선으로 삼아 나라를 바로 세웠다. 그러나 그 남자는 7년이 되는날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시대상으로 볼때 백제와 신라의 반목이 심하던 시절이라 이 설화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이 터만이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시장기가 느껴졌다. 공주에는 생각외로 구석구석에 맛집들이 있는데 옛 공주 시내에 많이 있는편이다. 골목길 재생 프로젝트라는 것을 하고 있는 이곳에는 차 문화 전문사법 Lucia가 정성을다해 가꾸어간다는 한옥까페 루치아의 뜰이 있다. 루치아의 뜰은 기존의 오래된 집을 프레임만 남기도 고쳐 연 까페이다. 한옥의 미는 그대로 살리면서 투명한 느낌의 인테리어 덕분에 각종 건축잡지에 소개되는 곳이기도 하다.
골목길을 활성화하는데 있어서 보통은 두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하나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으로 볼품없는 벽에 벽화를 그려 벽화마을을 조성하던가 일부 선형을 개선하고 루치아의 뜰같은 독특한 까페나 맛집을 만들어 활성화하는 방법이다. 어느쪽이든간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이곳의 음식점들은 대도시의 음식점처럼 늦게까지 영업을 하지는 않는다. 보통은 10시 내외에서 영업을 종료한다. 음식점 하나의 정원도 평범해보이지 않는다. 담쟁이 덩굴이 음식점 건물을 모두 둘러싸고 있다. 직선으로 들어가도 될 길을 살짝 틀어서 곡선의 미를 주었다.
음식점은 2층으로 되어 있었고 우리 일행은 2층에서 식사하기로 했다.
좀 심심한듯 하지만 이런 음식이 건강식이다. 두부전골으로 고소하지만 담백한 느낌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옛 흔적을 만나고 설화를 들어보고 건강식으로 배를 채우면 하루가 행복하지 않은가.
공주수원사지 : 충남 공주시 옥룡동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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