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시의 성주산에 가면 성주산로길을 따라 단풍길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보령시 청소년수련관을 비롯하여 보령족욕냉풍체험장, 보령석탄박물관이 자리한 곳 주변에 아름다운 단풍이 아직도 남아 있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었지만 오래간만에 이쁜 단풍을 있어서 좋은 여정길이었습니다.
나무는 자신의 모습을 계절에 그대로 드러내며 자연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사람은 자신의 색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은 단시간에 쉽지가 않지만 나무는 계절에 따라 그 모습을 그대로 부여줍니다.
한 해가 단풍이 이쁘면 다음 해는 단풍이 덜 이쁘다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단풍은 보통 그러한 패턴으로 우리 곁으로 찾아왔습니다. ‘붉을 단(丹)’자에 ‘단풍나무 풍(楓)’자를 쓰는 단풍(丹楓)이니 붉은색을 보여야 하는데 다양한 색깔로 변하는 모든 나무를 단풍이라고 부릅니다.
생명활동을 잠시 멈추기 위해 잎을 떨어내기 전 마지막 자신의 신호를 보내는 가을 단풍의 모습에도 사람들은 환호하고 좋아합니다. 생명활동을 잠시라도 멈출 수 없는 사람은 그런 색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잎을 떨어뜨리기 전, 줄기로부터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받던 잎은 잎자루 밑 이음새 부분에 떨켜를 만들면서 공급을 차단시키게 되는데 이때 클로로필(chlorophyll)이라는 엽록소가 파괴되어 잎 속의 물질들이 다른 색소로 바뀌면서 나타나는 것이 단풍입니다.
사람 역시 무언가가 부족하던가 절실할 때 변하는 것을 보면 나무와 비슷합니다. 그렇지만 나무는 스스로를 변화시켜 만들어가지만 사람은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이 어렵기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안토시아닌(anthocyanin)은 나뭇잎을 붉은색으로 만들고 크산토필(xanthophyll)은 나뭇잎을 주황색으로 만들며 카로티노이드(carotinoid)는 노란색, 타닌(tannin)은 갈색으로 변하게 됩니다.
소리 없이 부지런하게 때마다 변하는 나무는 아름답다. 흐르는 생명을 거스르지 않는 나무의 변화는 순간순간이 자연스럽습니다. 봄에는 꽃 피고, 여름에는 열매를 맺고, 가을에는 익고, 단풍 들어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디자인하고 색을 만들어가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곳에는 충의탑을 비롯하여 한국전쟁당시에 희생을 했던 분들을 기리는 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온 산에 붉은 단풍이 가득하다는 ‘만산홍엽(滿山紅葉)’은 붉은 ‘홍(紅)’을 써서 울긋불긋한 나무들이 모여 집단을 이룬 가을 산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가을 단풍(丹楓)을 보며 붉게 물들어가는 마음(丹) 속에 가을 단상(斷想)을 생각하며 2024년은 어떻게 나아갈지 결정(斷)해보며 늦가을의 분위기를 만끽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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