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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서평

회사를 과감하게 관둘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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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을 읽으면 받는 느낌은 주변에서 있을만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이다. 일본 직장인들의 지지 속에 35만 부나 판매가 되었다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너무 식상한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을까? 그런 선입견 속에 첫장을 넘겼다. 역시 내가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패턴이었어라고 생각될 무렵 소설의 중반을 넘어가면서 어! 이거 내 이야기 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간신히 찾은 인생의 길을 소설에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무게에 짓눌리고 치열한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아오야마가 우연히 만난 친구 야마모토를 통해 비로소 자신이 찾는 것을 찾아 가는 이야기가 담긴 소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 게는 담백하지만 재미있는 소설이다. 


괜찮은 대학을 나와서 다른 사람들이 보았을 때 그럴듯한 직장을 가지고 싶었지만 어쩌다가 걸린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아오야마는 직장인의 표본 같은 사람이다. 나도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있지만 보통 그런 말을 한다. 한 직장에서 1년을 채워야 근성 있는 사람으로 보기 때문에 최소 1년을 채워라. 그리고 2년을 채우면 더 바람직하다. 그런 기준은 누굴 위한 것일까? 본인보다는 회사를 위한 것이다. 

 

 

 

 

아오야마 역시 실적 압박에 시달리면서 1주일을 의미 없이 보내지만 어떻게든 1년을 버티기 위해 발버둥 친다. 인생의 무게에 짓눌려 지하철 정거장에서 그 끈을 놓으려 할 때 나타난 의문의 인물 야마모토는 그에게 계속 조언을 해준다. 그까짓 직장 때려치우는 것은 매우 간단한 일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나오야 마는 그것이 어떻게 간단한 일이냐고 반문한다. 


"너한테 직장을 그만두는 것과 죽는 것 중에 어느 쪽이 간단해?" 


어떤가 심한 비약인가? 그렇다면 긴 인생에서 그 직장이 정말 중요한 가? 자신의 인생은 정말 소중하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다. 야마모토는 그걸 말하고 있었다.  

 

 

책 제목에서 예상했듯이 아오야마는 결국 회사를 그만둔다. 그것도 아주 간단하게 야마모토랑 이야기하다 말이다. "지금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어차피 너 같은 놈은 평생 패배자로 끝나는 거야!"

"패배자, 패배자. 대체 뭐에 졌다는 거지. 인생의 승패는 남이 결정하는 건가요? 인생은 승패로 나누는 건가요? 그럼 어디부터 승리고 어디부터 패배인데요? 자신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된 거죠. 나는 이 회사에 있어도 나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만둡니다. 단지 그뿐이에요."

 

 

필자 역시 30 이전까지 쫓기듯이 살았다. 사시를 준비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가정형 편도 그렇고 오래 걸리면 3년 이상이 걸릴 시간만큼 버틸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기사 자격증을 따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해당과 전공을 해야 자격이 주어지지만 그때만 해도 4학년이면 자격이 주어졌다. 필자가 다니던 과에서 가장 먼저 자격증을 땄고 다른 과의 자격증을 마치 수집하듯이 땄다. 봐라. 전공이 아니어도 기사 자격증을 몇 개월 만에 취득할 수 있다라고 말이다. 


30쯤 되었을 때 적지 않은 자격증이 모였다. 굳이  그쪽으로 나갈 것이 아니면 쓸모(?)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때는 충분히 나 자신을 증명했다고 생각했다. 남들이 그러는 것처럼 20대 후반에 직장에 들어가서 10년이 넘게 직장생활을 했다. 그런데 즐겁지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돈을 벌어야 되니까 다녔을 뿐이다. 그리고 직장을 옮길 때 경제적인 것보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해 빠르게 이직하려고 노력했다. 경제적인 문제는 없었을지 몰라도 인생의 질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러던 중 과감히 결정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걸 하자. 내 브랜드 네임을 가지자. 평생 일할 수 있는 그런 일을 찾자고 말이다. 

 

 

 

경제적인 문제와 불안한 감정이 겹치면서 2년여는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다. 자존감이 하늘을 찌를 듯이 넘치던 나 자신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할 때 나 자신이 말을 걸어왔다. 누구도 해답을 찾아주지 않았는데 나 자신이 길을 보여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떤 회사를 다니냐는 것이나 연봉을 얼마 받아야 되는 것은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인생은 성공과 실패로 평가받는 것은 아니니까. 


따뜻한 소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직장인 소설로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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